영생의 숨결, 철제 폐의 철학자 폴 알렉산더

영생의 숨결, 철제 폐의 철학자 폴 알렉산더

 

소아마비의 굴레에 갇힌 삶, 72년 동안 철제 폐에 의지

폴 알렉산더는 평범한 삶을 꿈꾸던 어린아이였습니다. 하지만 6살 무렵 소아마비에 걸리며 전신 마비 상태가 되었고, 그의 삶은 철저히 달라졌습니다. 1920년대에 개발된 ‘철제 폐 장치(iron lung chamber)’가 그의 유일한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머리만 내밀고 목부터 몸통까지 철제 실린더 안에 누워 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72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내며 폴은 입에 펜을 물고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철제 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철제 폐는 흉부 근육의 마비에 대응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입니다. 소아마비로 인한 호흡 근육 마비 시 산소 공급을 위해 필수적이었죠. 음압을 이용해 강제로 공기를 몸 안팎으로 순환시키는 원리입니다. 마치 기계가 숨을 쉬는 듯한 리드미컬한 작동음이 폴의 생명을 지탱해주었습니다.

숨 쉬는 방법을 터득하며 철제 폐 밖 생활도

처음에는 2주 정도만 사용될 예정이었던 철제 폐였지만, 폴은 3년 만에 ‘설인두 호흡법’을 익혔습니다. 이를 통해 몇 시간씩은 철제 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그는 이 호흡법을 ‘개구리 호흡법’이라 불렀는데, 마치 개구리가 먹이를 꿀꺽 삼키듯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방식이었습니다. 말년에는 5분 이상 밖에 있기 힘들었지만, 적어도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인고의 세월 끝에 대학 졸업과 변호사 자격 취득

폴의 열정과 노력 끝에 1978년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1984년에는 법학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죠. 특수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서 변호사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서전도 8년에 걸쳐 완성했는데,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평생 철제 폐 안에서 살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

1960년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며 현대식 인공호흡기가 등장했지만, 폴은 철제 폐 안에서 계속 생활했습니다. 철제 폐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틱톡 계정을 만들어 일상을 공유했는데, 한 영상에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목표와 꿈이 있다. 소아마비로 보호받지 못한 어린이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야생 소아마비’는 퇴치되었지만…

1950년대 백신 개발로 서구 국가에서는 야생 소아마비가 거의 퇴치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철제 폐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은 2017년에 75세로 사망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폴은 가장 오래 산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신 보급 과정에서 백신 유래 소아마비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변종이 출현했습니다. 생백신에 사용되다 지역사회로 유출되며 야생 버전과 비슷한 성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영웅적인 삶의 마침표, 78세 나이로 타계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폴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습니다. 치료 후 퇴원했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져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11일 댈러스의 한 병원에서 78세를 일기로 영생을 마감했습니다. 철제 폐 속 72년이라는 긴 여정 끝에서야 비로소 영혼의 자유를 얻게 된 것입니다.

폴 알렉산더의 일생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그의 불굴의 정신은 후세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휘황한 영웅의 꿈같은 이야기를 겪어낸 그 위대한 철학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By yorgel